세상으로 부터 도망쳐, 방안에 숨어 살아가는 여자의 일과
한 눈에 방 전체가 보이는 작은 방 안, 내가 좋아하는 물건만이 가득 찬 이 공간에서만의 생활에도 나 나름대로 룰이 있다.
매일 아침 10시에 일어나,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핸드폰으로 웃긴 동영상이나 좋아하는 연예인의 최신 정보를 보다 두시간쯤 지나면 밥을 먹는다.
밖에는 나가지 않지만 좋아하는 옷을 골라 혼자의만의 패션쇼를 한다.
거울은 하루에 한번, 이때만 보기로 정해져 있는데,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빗어 넘기고 갈라진 머리 끝을 한시간쯤 작은 가위로 다듬는다.
화장은 좋아하지 않지만 대충 옷에 맞는 립스틱을 바르고.
“밖은 나가지 않아. 하지만 예쁜 옷을 입고 있는 내가 좋아.”
좋아하는 옷을 입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다보면 창 밖은 해가 지고, 비로소 커텐을 살짝 젖혀 밖을 본다.
고양이에게 저녁밥을 주고, 나도 저녁을 먹으며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한다.
인터넷에서 본 웃긴 춤을 추는 동영상을 따라하거나 유행하는 드라마 대사를 외워보기도 하고.
밤이 되었을 쯤, 잠옷으로 갈아입고 고양이와 장난을 치며 간식을 주고 빗질을 해준다. 골골
고양이는 계속 집 안에 있어도 비난 받지 않고 사랑받으니 얼마나 좋아, 부럽다.
침대로 들어가 게임을 하다 무심코 시계를 본다. 가슴이 답답해짐과 동시에 의미모를 불안감이 온 몸을 휘감는다.
방 안 가득 죄책감이 덮쳐온다. 핸드폰에는 답장하지 못한 메세지와 메일이 매일 쌓여가지만,
사회로 부터 온 초대장 같은 글자들에 다시 한번 마음이 쿵 나락으로 떨어진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이 생활은 이상하게도 불안감과 안심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살아있어, 이 작은 방 안에서 나는 살아있어. 밖에 나가지 않을 뿐 나는 숨쉬고 있어.”
사람도, 소리도, 변화도 없는 이 곳에서 고양이와 나는, 죽은 채 살아있다.